남동 이야기 통! 통!2011. 12. 13. 09:00

우리가 더 부자야! 
수산동 세 부자 이야기
 



남동구 수산동은 인천 도심에서 가까우면서도 아직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농촌지역이다. 찬우물, 배래터, 능곡동 등 자연부락이 자리 잡고 있고, 배, 복숭아밭을 비롯한 과수원이 많다. 잘 보존된 풍성한 녹지와 자연 풍광이 계절마다 각각의 흥취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동네다. 수산동 산자락을 거닐다보면 아릿한 고향에 온 느낌이다. 문화유적으로‘경신역지’와‘열녀정려각지’가 있으며,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200년의‘모과나무’가 있다.

수산동은 조선시대 인천부 남촌면에 속했던 지역으로 산 모양새가‘주발’처럼 생겼다 하여 바리미·배래터·발산·발촌이라 불렸다. 1940년 인천부에 편입되어 수정(壽町)으로, 1946년 수산동으로 개칭되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로 사람들이 오래 살 수 있는 터전이란 뜻에서 수산리라 불리게 되었다. 옛 지명에 발리동·능골말·경신말·찬우물말·관터골·발산·돌팍재·신비리재·쇠판이들·발야들·새능골·함박재골 등이 있다.

옛날 발산리라 불리기도 했던 수산동은 산새가 좋고 살기 좋은 동네여서 그런지 부자가 많았다. 그 중 전해오는 송씨, 정씨, 심씨 세 부자 이야기가 있다.

“얘들아! 올해는 정씨와 심씨네가 얼마만큼 추수를 했다더냐?”

“네, 주인어른! 노적가리가 담 너머로 보이는 걸로 봐서 저희보다 조금 더 추수한 것 같습니다요.”

“뭐라고? 우리보다 더 높이 쌓았다고?”

부자 송씨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며 샘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작년에는 송씨네가 가장 노적가리를 높게 쌓아 마을 사람들로부터 마을 제일가는 부자는‘송씨’네라며 부러움을 받았는데 올해는 셋 중에 제일 꼴찌를 했다는 것에 잔뜩 마음이 상했다. 송씨가 씩씩대며 분해하고 있을 때, 반대로 정씨네 앞마당은 잔치 분위기였다.

“으 ! 으 !”

“얘들아 좀 더 높게 쌓아 보거라. 송씨네는 우리 보다 적으니 괜찮고, 심씨네 보다는 쬐끔이라도 더 높아야 한다.”

“네! 네! 주인어른 밑에다 이삭들을 더 찔러 넣고 있슴니다요.”

정씨네 하인들은 노적가리를 조금이라도 더 높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며 노적가리에 매달려 힘을 쏟았다.

하인 중 한 사람이 땀을 뚝뚝 흘리며‘어휴~ 도대체 우리 주인은 왜 해마다 이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어.’하고 중얼거리자 옆에 하인이 가만히 속삭이는 것 이었다. ‘알면서 왜 그래? 우리 주인 어른이 샘이 나서 그러잖아. 작년에 송씨네가 노적가리를 더 높이 쌓았다고 얼마나 분해 하셨어?’하며 맞장구를 쳤다.

“휴~우.”

정 부자네 일꾼들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해마다 추수 때가 되면 이 마을 사람들은 내기를 했다. 세 부자 중 어느 부자가 노적가리를 높이 쌓아 마을‘제일 부자’로 불릴 것인지 겨루는 재미가 만만치 않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었다.

“이봐! 김씨, 자네는 누구한테 걸 텐가?”

“나? 으~음. 올해는 심씨네가 제일 노적가리를 높게 쌓지 않을까?”

“그래? 난, 정씨에게 걸겠네. 우리 내기로 뭘 할까?”

“글쎄……. 내가 이기면 자네가 지은 농산물 중 제일 맛난 것을 주게나.”

“옳거니, 그럼 내가 이기면 난 자네 집에 있는 송아지를 받겠네.”

“아, 이 사람아 그건 안 돼.”

마을 사람들은 이렇듯 옥시각신 말을 주고받으며 호기심으로 가득 찬 기대를 걸고 제 각기 내기를 하며 추수 때를 기다렸다. 한편, 심 부자네 집도 야단법석이었다.

“여봐라, 우리 노적가리가 정씨네 보다 높더냐?”

“저……아닙니다요. 주인어른, 심씨네가 더 높습니다요.”

“뭐, 뭐라고? 아니 우리도 더 높이 쌓으면 되지 않느냐?”

“이제 이삭도 없고 더 쌓을 것이 없습니다요.”

“으이구, 분하다. 작년에는 송씨네가 제일이었는데 올해는 정씨 에게 빼앗기다니.”

부자 심씨는 씩씩거리며 분을 삭일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것 인지 근래 몇 년째 세 부자 중 두 번째로 노적가리를 쌓고 있기 때문 이었다.

“얘들아, 올해는‘제일 부자’자리를 심씨네에게 빼앗겼지만 내년에는 우리가 꼭 차지해야 한다. 알겠느냐?”

“네, 네 알겠습니다. 주인어른.”

심씨네 일꾼들은‘어휴~내년에도 우린 죽었구나. 그렇게 열심히 농사를 지었는데 더 열심히 하라니….’하며 속으로 웅얼거리며 울상을 지었다. 해마다 수산동 송씨, 심씨, 정씨 세 부자는 누가 노적가리를 제일 많이 쌓는지 겨루며 농사를 열심히 지었다. 그러나 다른 부자의 담 너머로 보이는 노적가리가 자신의 집보다 높게 보이는 것이 샘이 나는 것은 세 부자가 똑같았다. 셋 모두 은근히 마을‘제일 부자’라는 소리를 듣는 것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부자 정씨가 나들이를 갔다 오다가 자신의 집 담장 밑을 지나는데 담장 안에서 하인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봐, 우리 주인어른 너무하지 않아?”

“응? 뭐가?”

“아니, 우리가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해서 해마다 추수를 그렇게 많이 하는데 일등 못했다고 화만 내지 우리한테 잘해 주는 것도 없잖아. 삯을 많이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 그래 맞아.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보람이 없잖아. 어휴, 내년 농사지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일할 맛도 안 나고 기운 떨어지고 힘도 안 나.”

부자 정씨가 가만히 들어보니 자기 집 하인들이 주인인 자신의 흉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잠시 생각에 잠기던 정씨는 송씨와 심씨의 집을 찾아가 보았다. 송씨와 심씨의 담 너머로 높이 쌓아 올린 노적가리가 위풍당당 서 있었다.

‘음, 모두들 참 열심히 농사를 지었군.’

정 부자는 송씨와 심씨가 역시 ‘부자 소리’를 들을 만하다 하다는 생각을 했다.

집으로 돌아온 부자 정씨는 당장 심 부자와 송 부자네로 하인을 보내 두 부자를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다음 날 부자 심씨와 송씨가 정 부자네 집을 방문했다.

“어서들 오세요.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네, 잘 지내셨지요? 어인 일로 보자고 하셨습니까.”

부자 심씨와 송씨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이 마을에서는 그래도 제일가는 부자 아닙니까?”

정 부자가 차려진 음식을 권하며 말했다.

“그렇긴 하지요. 그런데 그게 왜요?”

심 부자가 궁금하다는 듯이 묻자 부자 정씨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해마다 서로 부자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그러자 송 부자가 정 부자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잠깐,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겠소. 혹시…… 이제 경쟁 그만하자는 이야기 아니오?”

“아니, 어떻게 제 마음을……?”

송 부자가 말하자 정 부자는 화들짝 놀라 물었다.

“사실, 나도 언젠가부터 우리 세 부자가 이렇게 경쟁을 한다는 것이 마음이 불편했소.”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 마을에 가난한 사람과 자신의 일꾼들을 생각해서 경쟁하지 말고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 어떻겠소?”

정 부자의 제안에 송 부자와 심 부자는 크게 박수 치며 말을 이었다.

“아, 그거 좋소이다. 우리 이제‘제일 부자’라는 말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가난한 사람을 도우며 열심히 일하며 사는 부자가 됩시다.”

“좋습니다. 좋아요. 부자만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남을 돕는 것을 자랑으로 삼읍시다.”
 

세 부자는 밝게 웃으며 노적가리를 제일 많이 쌓는 부자가 아니라 열심히 농사를 지어 가난한 사람 도와주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날 이후 마을 세 부자는 농사도 열심히 짓고 마을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기꺼이 나서 힘을 합쳐 도왔다. 그러자 마을사람들은 진심으로 수산동 세 부자를 칭송하며 존경했다.

수산동 세 부자 송씨, 심씨, 정씨 이야기는 아마도 수산동이 산세도 좋고 농사짓기에 알맞은 지역적 특성이 있어 부자가 많이 나왔을 것이라고 유래 한다.

 글 | 정경해(시인)
※ "남동문화" 5집(2010년)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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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남동구 남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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