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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 탐방 통! 통!

석천 사거리 돌우물


“어머니, 눈이 잘 보여요. 이제 아프지도 않아요.”

“아니, 그게 정말이냐? 아이구 하늘이 널 도왔구나. 하늘님 감사합니다.”

“어머니, 이게 다 어머님 기도 덕분입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위해 지극정성으로 기도하지 않으셨다면 제 눈이 어떻게 이렇게 깨끗이 나을 수 있겠어요.”

“얘야, 그런 소리 말아라. 니가 얼마나 효자냐? 하늘도 너의 착한 마음씨에 감복해서 우리에게 이 돌우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 준 것일 게다.”
 

옛날, 간석동 골짜기에 나이 많은 홀어머니를 정성스럽게 모시고 사는 마음 착한 총각이 있었다. 집이 너무 가난하여 산에서 나무를 해다 장에 팔아 곡식을 사고, 산자락 밑에 조그만 밭을 일궈 채소를 자급자족하며 간신히 끼니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 총각은 어찌나 효자인지 자신은 며칠씩 밥을 굶어도 홀어머니 배는 곯리지 않는 아주 착한 사람이었다.

“휴~ 이렇게 비가 많이 오니 산에 나무를 하러 갈 수도 없고……, 보리쌀도 한 줌 없는데 어머니 끼니는 어떻게 하나.”

총각은 장마가 져서 산에 나무를 하러 갈 수가 없어 장에 내다 팔 나무가 없었다. 하지만 그냥 하늘만 쳐다보고 앉아 있을 수만 없다는 생각에 장맛비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

“어휴~! 이거야 원 빗물 때문에 앞을 볼 수가 없으니……. 우선 잔가지라도 주워 가야겠다.”

총각은 비를 철철 맞으며 땅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 모았다. 폭우가 그칠 줄을 모르자 할 수 없이 모은 나뭇단만 지고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만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나뭇가지에 눈을 찔리고 말았다.


“으악!”

“아아, 내 눈, 눈이 너무 아파.”

총각의 눈에서 피가 흐르며 몹시 따갑고 아팠다. 총각은 할 수 없이 한쪽 눈을 의지하여 간신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얘야, 비가 이렇게 오는데 산에 갔었구나. 에구 내가 너무 오래 살았어. 빨리 죽어야지. 너를 일찍 낳았으면 네가 고생을 덜해도 되는 데 늦게 낳아서 너를 고생 시키는구나.”
 

어머니가 안타까워하며 방문을 열어 하얀 머리를 내밀자 총각은 자신의 눈 다친 것을 어머니께 들킬까봐 얼른 고개를 돌리며 말하였다.

“네, 어머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나무를 많이 못했어요. 비 그치면 올라갈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총각은 얼른 고개를 돌려 부엌으로 들어섰다. 눈에서 흐르던 피는 멎었지만 따갑고 아픈 것은 여전했다. 부뚜막 앞에 앉아 아픈 눈을 누르고 있었다. 홀어머니의 시선을 피해 간신히 눈 다친 것을 모르게 하였지만 날이 갈수록 눈은 염증이 더해지는지 누런 눈곱이 끼고 쿡쿡 쑤시면서 눈앞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아, 큰일이네…… 눈은 점점 아프고 약 살 돈도 없는데…….’

총각은 눈의 통증이 심해지며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걱정근심에 빠져 몸이 수척해져 갔다. 늙은 홀어머니는 아들이 점점 말이 없어지고 자신을 피하는 것 같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는 아들을 앉혀놓고 물어보려고 아들을 불렀다.

“얘야, 내가 빨리 죽어야 니가 편할 텐데 미안하구나. 요즘 니가 부쩍 말이 없어지고 이 에미를 피하는 것 같아 더 미안하구나.”

홀어머니는 자신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비스듬히 앉아 벽을 바라보고 있는 아들을 향해 울며 말하 였다. 그러자 몸 둘 바를 몰라 쩔쩔매던 아들이 넙죽 엎드리더니 엉엉 울며 말하는 것이 아닌가.

“흑흑, 어머니 저를 용서해 주세요. 사실은 그게 아니라 며칠 전 산에 갔을 때 눈을 심하게 다쳤어요.

흑흑, 어머니께서 아시면 걱정하실까 봐 숨기느라……엉엉엉.”

총각이 울며 말하자 늙은 홀어머니는 깜짝 놀라 아들을 일으켜 세웠다. 잘 보이지도 않는 눈을 들어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아이구, 아들아 어디 좀 보자. 어쩌다 그랬냐. 아이구!”

어머니는 아들의 눈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눈에 누런 눈곱이 잔뜩 끼고 퉁퉁 부어 잘 뜨지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총각과 홀어머니는 돈이 없어 약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관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렇게 앉아 있을 수만 없어 아침 저녁으로 하늘을 보며 기도를 했다.

“하늘님, 우리 아들 눈을 고칠 수 있게 해 주세요. 착한 효자입니다. 흑흑흑.”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 꿈에 ‘돌우물’이라는 글씨가 눈앞 또렷이 보이며 글씨를 쓴 종이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다음 날 어머니는 아들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예사로운 꿈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얘야, 그 꿈이 아무래도 그냥 꿈이 아닌 것 같다. 오늘 나와 같이 저자거리에 가보자. 그곳에서 한번 물어보자. 혹시 그런 곳이 있다면 아는 사람이 있을 것 같구나.”

“어머니, 그건 꿈이에요. 어머니가 저 때문에 노심초사 하니까 그런 꿈을 꾸신 거예요.”

“얘야, 그래도 한번 알아나 보자 응?”

어머니가 간곡히 말하자 총각은 할 수 없이 수소문해보기로 했다. 총각과 어머니는 길을 가며 만나는 사람들 마다 물어보았다.

“혹시 돌우물이 어딘지 아슈?”

“모르오.”

“돌우물? 돌우물이라는 곳이 있었나?”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돌우물이 있는 곳을 알지 못했다.

하루 종일 돌우물을 찾아 헤매던 모자는 잠깐 쉬어 가기로 하고 어느 언덕길에 힘없이 앉아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우물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향기로운 냄새가 어디선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

아들은 눈이 점점 아파져 힘이 더 빠지는 것 같았고, 홀어머니는 갑자기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휘청거려 일어서지도 못했다.

“휴~우, 간밤에 꾼 꿈은 무엇이란 말이냐. 하늘도 무심하시지. 우리 아들 이러다 눈이 멀면 어찌 하누. 흑흑.”

어머니가 낙담을 하며 울자 총각의 마음은 찢어지듯 아팠다. 그래서 땅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며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땅에 툭툭 떨어지는 것을 한쪽 눈으로 바라보는데 자신들이 앉은 바위 밑이 촉촉이 젖어있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보니 향기가 바위 밑에서 나는 것 같았다.

“어머니, 잠깐만요. 이 바위 밑이 젖어 있어요. 그리고 향기로운 냄새가 나요.”

“뭐라고? 어디? 어디냐.”

홀어머니는 잘 보이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바위 밑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머니, 비켜보세요. 제가 바위 밑 젖은 곳을 찾아볼게요.”

아들이 손으로 바위 밑을 파내자 흙이 점점 젖어오며 물기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니! 물이 나와요. 물!”

“혹시? 이게 돌우물 아닐까요?”

“아니, 그게 정말이냐? 어디 한번 보자.”

모자는 혹시 하는 마음에 흙을 열심히 파내었다. 그러자 바닥이 돌처럼 단단한 것이 더 이상 흙이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 물이 맑고 깨끗하게 가라앉았다. 물은 자신들이 앉았던 바위 밑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총각이 맑은 물을 떠서 눈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쑥쑥 쑤시던 눈이 아프지 않았다. 눈곱에 절어 잘 떠지지도 않던 눈이 조금씩 열리고 물이 눈동자에 닿자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니, 눈이 보여요. 그리고 아프지도 않아요.”

“정말이냐? 이게 내가 꿈에 본 돌우물이 맞나 보구나.”

착한 총각의 눈을 낫게 한 그 우물이 바 로‘돌샘’, ‘돌우물’석천(石泉)이다. 옛날 이곳에는 물에서 향기가 나는 돌우물이 있었고 이 때문에 이 근처 마을을 돌샘마을이라 불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곳이 바로 남동구 ‘석천 사거리'이다.

남동구 석천 사거리는 인천시청 후문 언덕길에서 간석동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나온다. 이곳은 구월동과 간석동의 경계가 되는 곳으로 근처에 석천초등학교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이 돌우물의 실제 위치에 대해서 는 분명치가 않다. 이 돌우물은 옛날 주안산으로 불리던 만월산 서쪽 기슭에 있었다고 한다. 그곳이 지금의 ‘석천 사거리’부근일 것이라는 추정일 뿐이다. 전설에는 이 샘물은 향기로운 냄새가 날 뿐만 아니라 몸에 생긴 종기나 눈병 같은 데에 특히 뛰어난 효능이 있었다고 전한다.

『세종왕조실록』세종조에 기록된 것을 보면“경기도 관찰사 허후(許?)가‘인천군 북쪽 돌 가운데에 작은 샘이 있는데 약간 향기가 있고 윤기가 있기가 보통 물과 달라 그 동리 사람들에게 물으니 이 물이 안질을 고치고 또 종기를 고친다고 하니 그 고을 수령을 시켜서 다시 샘물의 빛깔과 맛, 또 수원(水源)의 얕고 깊은 것을 조사하여 보고하게 하소서’하니 살펴보게 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돌우물’은 궁중에까지 전해져 몸이 약한 세종 임금이 사람을 보내 약효 등을 자세히 조사하도록 했다고 한다. 세종은 자주 종기와 안질을 앓아 좋은 물과 온천을 찾았다고 전한다. 그러나 세종이 이곳에서 온천을 찾았다거나 약효가 있는 샘물을 발견했다는 기록은 없는 것으로 보아 전설일 뿐이다.


 글 : 정경해
  ※ "남동문화" 4집(2009년)에 게재된 글입니다.


석천사거리
주소 인천 남동구 구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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