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꿈을 꿨는데…….”
 
  “어떤 꿈인데?” 묻는 남편의 눈이 빛난다. 꿈 이야기를 듣고 난 남편은 복권을 사라고 부추긴다. 그런데 예전의 주택복권처럼 판매업자가 주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닌 숫자의 배열을 통해 선택하는 로또복권은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그냥 생각나는 숫자 아무거나 부르라고 남편은 채근하지만 그럴 수야 없지 않은가. 로또복권을 누가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돈을 주고 사야하는 것인데 단돈 몇 천 원이라도 그냥 버릴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기왕에 복권을 살 바에야 경우의 수와 확률을따져서 숫자를 선택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자니 수학적 머리
를 타고나지 못한 나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남편은 나를 채근하다 못해 ‘바보’라며 빈정대기까지 한다. 그래도 골치 아프다며 손을 내젓자 그럼 자기가 번호를 찍어줄 테니까 복권을 사오라는 것이다. 그것까지 마다할 수 없어 복권을 사다주었다.
 
  그때부터 복권 당첨금이 들어오면 할 계획들을 허공에 수없이 그려보는 남편의 행복한 시간이 시작된다. 나 역시 은근히 머릿속으로 멋진 전원주택 한 채를 지어본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들이 지나고 나타난 결과는 ‘꽝’이다. “에이, 개꿈이네.” 남편의 계획도 내 멋진 전원주택도 와르르 무너지고 우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노력해 봐도 그렇고 그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서민들에게 복권은 하나의 무모한 가능성이며 꿈이다. 비록 당첨될 확률이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지만 맞는 사람도 있기에 그 희박한 가능성을 꿈꾸는 것이다. 꿈이 있을 때 사람들은 절망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 

  혹자는 열심히 복권을 사는 사람들을 일확천금이나 꿈꾸며 노력은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라고도 말한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복권 구입은 즐거운 취미일 것이다. 복권이 당첨되면 혼자 호의호식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모두가 한결같이 형제자매들과 혹은 가난한 이웃들과 나누고 싶어했다. 그러니 그들이 복권에 당첨되면 나누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좋고 당첨되지 못하더라도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들이 행복하니 좋은 일이 아닌가.
 
  당첨될 때까지 복권을 사겠다는 남편에게 “돈벼락 맞으면 목숨이 위태로우니 그냥 이대로 삽시다.”고 말하지만 말릴 생각은 없다. 돈 한번 마음 놓고 풍족하게 써보지 못하고 소처럼 일만해도 그렇고 그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남편에게 꿈 꿀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좋은 꿈을 꾸는 날이면 숫자들을 찍어달라는 남편의 성화에 시달려 머리가 아플 테지만…….
 
글 : 만수4동 이글리라
 ※  "남동마당" 2011년 1,2월호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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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남동구 남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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