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

누구에게나 추억은 있기 마련이다. 수도권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와 코스는 강촌과 춘천으로 가는 기차여행을 꼽을 듯하다. 대학생들의 MT장소로 유명한 강촌, 그리고 수많은 호수와 휴양림들이 즐비한 춘천 말이다.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사랑이 숨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가수 조성모는 김현철의 노래 '춘천 가는 기차'를 리메이크해 감미로운 목소리로 이렇게 노래했다. 

역시 춘천 가는 길은 시간여행, 추억여행이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멈춰 서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대학생 MT물결.  그때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꼬박 2시간 기차를 타고 갔었다. 팀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야외전축을 틀곤 했다. 
 
그게 다른 승객들의 여행을 방해한다는 생각도 거의 없었다. 경춘선 열차에 젊은이들이 오르면 의례히 그렇게 하는 건 줄 알았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젊음을 그렇게 발산하고, 나이든 어른들은 때로 불편해도 그것을 이해해줬다. 그래서 그런 모습이 경춘선 열차에서는 하나의 풍속도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80년대 아득히 지나간 세월, 기억 한편에 남아있는 젊음의 열기는 여전히 우리들 가슴속에  남아있다. 
 

남이섬

열차간 바닥에 빙 둘러 앉아 누군가 통기타를 튕기면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양희은의 노래가 줄지어 나왔다. 김만준의 ‘모모’, 이범용, 한명훈 듀엣의 ‘꿈의 대화’와 홍서범이 이끄는 옥슨80의 ‘불놀이야’에 이어 배철수의(활주로) ‘빗물’까지…… 그때 열차 안을 왁짜지걸하게 만들었던 추억의 노래들이다. 지금이야 세월이 변해 그때의 열차가 아닌 전철로 바뀌었지만 그 시절 그 노래들이 강촌역으로 향하는 열차안에서 들리는 듯 우리 7080세대의 귓전에 생생하다.
 
강촌역에 내리면 카페도 많았다. 그 중에 가장 강촌다운 풍경은 투박한 붉은 페인트로 쓴 민박집 간판이 아닐까. 그때의 민박집은 아직도 영업중일까? 그 인심 좋던 민박집 아저씨는 지금 초로의 할아버지가 다 되셨을텐데…… 추억의 첫 페이지로 아로새겨진 강촌에서 우리 젊은날의 초상화를 떠올리는 열차는 다시 북으로 달려 춘천에 이른다.

해저무는 공지천 산책로, 취기 오른 춘천의 명동 닭갈비집 골목, 그리고 숙취에도 새파란 투명함으로 다가오는 소양호 뱃길. 그해 겨울의 명동 닭갈비집은 지금 또 어떻게 변했을까. 시간도 비켜간 풍경들을 떠올리며 어둠이 내리는 시청 앞 명동 닭갈비골목.  여전히 그대로일까. 
 
우리에게 추억은 무엇일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추억이란 당신의 몸을 안쪽에서부터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7080세대에게 강촌과 춘천으로 가는 추억의 기차여행은 가슴 깊은 저 심연에서부터 온통 행복하게 넘쳐나는 따스함만 가득하다.



글·서창동 홍명호 
※  "남동마당" 2011년 9,10월호 게재된 글입니다. 


Posted by 남동구 남동구

댓글을 달아 주세요